이미지출처 : yes24 / 노동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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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도시링크]

『긍정의 배신』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언론인 출신의 저자가 1년 동안 여섯 군데의 임시직 혹은 저임금 생활을 하며 그들의 생활을 직접 겪고 쓴 책이다. 저자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로 정말 살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노동의 배신'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노동에 '배신'당하는 워킹 푸어의 역설적인 현실을 의미한다고 출판사가 말한다. 원제인 'Nickel and Dimed' 역시 '야금야금 빼앗기다', '매우 적은 돈을 쓰다'라는 두 가지 뜻으로, 푼돈조차 아껴 쓸 수밖에 없으며 가난하기에 오히려 돈이 더 드는 워킹 푸어의 생활을 보여 주는 말이다.


『노동의 배신』에는 그 같은 고군분투를 통해, 살아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미국에서 워킹 푸어의 총체적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직 과정에서부터 감정과 존엄성을 말살하는 노동 환경, 영양은커녕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식생활, 부자들이 집값을 올려놓은 탓에 싸구려 모텔과 트레일러 주택을 전전하며 점점 더 외곽으로 쫓겨나는 주거 실태, 가난하기에 돈이 더 많이 들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쳇바퀴까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옥죄는 생활의 굴레를 이야기한다.


저자가 저임금 체험을 할 당시, 미국은 성장은 지속되면서 물가는 안정된 '골디락스 경제'에 취해 있었다. 대다수 임금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집값과 주가 상승 등 자산 거품의 효과에 흥청거렸다. 그때, 노동 인구의 30퍼센트가 생활이 가능한 수입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았고, 최저 임금은 10년간 시간당 5.15달러에 멈춰 있었다. 저자는 빈곤층의 열악한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그들이 결코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게 아님을, 그들의 빈곤이 중산층의 안락함의 토대임을 섬뜩할 만큼 몸으로 보여내었다.

그 후 이 책은 현실을 바꾸는 기폭제가 되었다. 예일대를 비롯한 600여 개 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됐고, 수많은 지역 모임에서는 책을 대량 구매해 시 의회 및 주 의회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그 결과 29개 주가 최저 임금을 인상했고, 2007년 7월에는 연방 정부가 최저 임금을 인상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호소하며, 수백만 워킹 푸어가 겪는 빈곤을 '응급 상황'으로 받아들여 이를 개선하자고 외친다. 임금을 올리고,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지 말고, 그들이 더 나은 임금과 노동환경을 얻어내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저자의 호소에는 평소 누구보다 앞장서 사회 운동을 활발히 펼쳐 온 저자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이 고스란이 베어 있다.


저자는 이미 유명이었기에,  이런 책을 써서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그 결과로 연망 정부가 최저 임금을 올리는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겪었던 모든 일들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매일 겪고 있는 일이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런 워킹 푸어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노동의 배신>에서 말하고자 이런 워킹 푸어의 실상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의 주장처럼 최저임금이 낮고,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으며 사회보장이 안되서 문제일까?

2000년, 보스턴에 있는 고용 문제 연구소 '미래의 직업(Jobs for the Future)'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4퍼센트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만큼 임금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풀타임으로, 때로는 두 가지 일을 해도 더 가난해지고 빚만 늘어 가는 워킹 푸어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에는 미국의 노동 인구 중 7.2퍼센트인 1050만 명이 워킹 푸어로 집계돼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2008년에 전체 노동 인구의 11.6퍼센트인 270만 명이 워킹 푸어로 조사됐고, 최근에는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빈곤층이 더욱 늘어나는 데 따라 그들을 백안시하는 문화도 더 심해지고 있다. 이제 가난은 거의 범죄가 되었다. 법조차 빈민을 차별한다. 콜로라도 주 그랜드정션의 시 의회는 구걸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고, 애리조나 주의 템페에서는 2011년 6월 말에 나흘 동안 극빈자를 단속했다. 또 가난한 사람이 무단 횡단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가벼운 범법 행위만 해도 필요 이상으로 단속하는 추세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죽도록 일해도 살기 힘든 것일까?   <노동의 종말>에서 저자는 절대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이것은  노동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심각하게 불평등하게 양극화된 구조 때문이다. 

세상은 너무 잘사는 부자들과 너무나 못사는 빈자들로 나뉜다.  부자아빠의 이론으로 보면,  부자 10%가  전 세계의 부의 90%를 독식하고 있고,  빈자 90% 인구는 전 세계 부의 10%로 겨우 목숨만 연명하는 삶을 살고 있다. 

국제 구호 단체 옥스팜의 통계 자료를 보면 더욱 더 심각하다.  2017년 기준 인류의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상위 30%가 95% 이상을 지배하고, 나머지 70%는 전 세계 자원의 5% 미만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자이언트>의 저자 피터 필립스 교수(1)는  30년간 지구적 규모의 자본주의를 연구해 오면서, 초국적 자본가 계급 연구에만 20년을 바쳤다.  그래서 알아 낸 것은, 전 세계적인 금융 거대 기업 단 17개가 서로 맞물려 스스로 투자하는 자본의 전 세계적인 연결망 안에서 총 41조 1000억 달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17개 거대 금융사는 전 지구적 금융 자본이 서로  뒤얽혀 마치 하나의 덩어리로 보일 정도로 막대한 교차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 드러난 41조 달러는 실제보다는 현저히 작은 규모라고 한다. 

이 초국적 금융사 17개에는 389명의 이사들이 있고, 이들은 수퍼클래스라 불리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 집단이라고 한다.  

오늘날 총 부가 255조 달러로 추산하는데, 이중 3분의 2가량이 미국과 유럽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80% 가량이 하루 평균 10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고,  세계 인구의 가난한 절반은 하루 2.5 달러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며, 1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겨우 1.25 달러를 가지고 하루를 지낸다. 

<노동의 배신>에서 저자는 미국의 민낮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체험대로 한다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저자는 워킹 푸어 해결책으로 사회보장책을 강구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깊고 오래 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대안책이 있을까

이번에  3권의 책을 다루면서, <자기계발의 덫>에서 자기계발 문화가 결국 자기계발을 지원하지 못하니, 책을 그만 읽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긍정의 배신>에서 자기계발 문화가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더욱 채찍질하고 동기부여하는데 이용된다는 해서,  긍정주의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마찬기지로 워킹 푸어 문제를 다룬 이번 <노동의 배신>에서도 최저임금이나 사회적 보장책을 강구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실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안책은  몇가지 있다. 

커먼즈, 프라우트, 협동조합, 그리고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한 마을 단위의 금융공화국 등이 대안 책들이다.   다온조합은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모두가 다 같이 잘사는 조합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1) 피터 필립스 교수의 <자이언트> 저서에서 말하는 초국적 수퍼클래스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때문에  본지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관련 내용들은 독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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